감성시

시/ 도종환

공효진* 2013. 5. 9. 00:35

 

 

 

 

나무에 기대어.

 

나무야 네게 기댄다.

오늘도 너무 많은 곳을 헤맸고

 

많은 이들 사이를 지나왔으나

기댈 사람은 없었다.

 

네 그림자에 몸을 숨기게 해다오.

네 뒤에 잠시만 등을 기대게 해다오.

 

날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왔다는 걸 안다.

 

네 푸른 머리칼에 얼굴을 묻고

잠시만 눈을 감고 있게 해다오

 

나무야 이 넓은 세상에서

네게 기대야 하는 이 순간을 용서해다오

용서해다오 상처 많은 영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