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설명.
- 에이 참 잘 듣고 와서 전해주지.
그림과 색채 심리에 관한 영숙이의 풀이는 자신보다 강사에게 더 정확히 전달 받아 왔노라고 했다.
그러면 뭐하리. 조금 미안한 표정으로 자신도 믿을 수 없다는 그녀의 머릿속엔
담겨진 것이 있기도 없기도 했다.
"잘 좀 적어 오지이~ 궁금해서 기다렸는데."
보통 어항에 물고기 가족을 그리라면 말 그대로 동그란 어항에 세 마리 내지는 네 마리를 그린단다.
잘 꾸민 사람도 있고 휑 하니 여백을 많이 남긴 사람도 있고 한 귀퉁이에 그리는 사람도 있고.
아기 물고기랑 어른 물고기의 위치 크기 수초나 자갈 물 수위 등 보통의 연상대로 그리는 사람과
아닌사람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난 어항보다 수족관이 더 마음에 와 닿아서 수족관을 그렸고 나머지도 마음 가는대로 그린 다음 색칠했다.
영숙이의 어항은 걔 성격대로 물 갈아주기도 좋게 군더더기가 없어서 재밌었다.
강의를 하며 사용하는 보드판위에 그림들을 늘어놨단다.
설명을 하는 강사는 무척 꼼꼼하고 감성이 풍부한 나의 예쁜그림에 먼저 이런 그림을 그린 친구를 둔 것에 칭찬을 했단다.
그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고.
쑥스러웠다.
왼쪽 아래의 아빠 물고기는 가족들을 향해 헤엄쳐 온다며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지만
나도 아이들도 시선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
더구나 아빠는 위로 향한 물고기인 나를 바라보지만 나의 눈은 아이들을 향해 있단다.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나를 향해 있거나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내가 가정의 중심에 있는 전형적인 그림이란다.
꼭 그렇지만은 않은데 내가 그랬나.
오른쪽 위의 딸 물고기는 색이 노란 것도, 밑의 수초가 매우 긴 것도 딸을 향한 나의 관심과 보살핌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왼쪽 위 아들 아래의 수초가 짧은건 그만큼 딸 보다는 덜 신경쓴다는 뜻이란다.
아무래도 여자애라 인정한다.
또 수초 자체는 자신에게든 환경적으로든 어떤 변화를 꿈꾼다는 심리에서 그린단다.
작은 산소 방울과 밑바닥의 작은 자갈들은 지금의 내 심리상태가 작은 사랑이 필요하다는 증거란다.
그리고 물의 수위가 높을수록 자신의 현재 모든 만족도가 높다는 말이라고 했다.
물고기의 주둥이를 그린 것에 대해선 강사도 처음 봤다고 말하며 무슨 뜻으로 그린 거냐고 외려 물어보라고 했단다.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서로간의 대화 또는 즐거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했다.
물고기들의 상태는 좌로 우로 위로 등등 모두가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가는 형상이란다.
이 거 잘 못 들으면 너는 너 나는 나 이런 꼴이네.
궁굼한 게 더 있었지만 걔 설명은 여기까지다.
가족은 보이게 보이지않게 자석처럼 서로를 끌어당길 수도 밀어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머릿속에 입력이 되어있으면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그러나 살짝 틈이 있어야 숨을 쉬기도 하고 집착도 사라져 정신건강에 좋다고 본다.
심리라는 화제로 영숙이랑 더 가깝게 웃으며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