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그녀와 나 10.
공효진*
2013. 9. 10. 22:54
그녀를 보면 호박꽃이 떠오른다.
그녀는 노란색을 즐겨입지도, 어울리지도 않는다.
다만 나에게 떠오르는 그녀 이미지다.
그녀는 잘 다듬어진 곳 모퉁이에 삐쭉 서서 누군가를 기다린다.
말은 안 하지만 무척 귀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만나면 비단옷도 입히고 비단구두도 만들어 신길 기세다.
그녀의 별표 안에서 그 귀한 사람과 반짝이던 것이 생생한가 보다.
기다림은 참 독하다.
상대방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꼭 안 와도 되는 기다림도 있다.
그녀가 서있는 모습은 영락없이 손꼽아 기다리는 모양새다.
고문이나 다름 없어 보인다.
하나하나 탑을 쌓아올린 돌무덤처럼 아라비아 숫자를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머릿속에 쌓고 있을 거다.
숫자가 포개져서 원하는 날이되면 숨이 멎을 지 모른다.
한없이 기쁜 것만은 아닐테지만
순간의 행복은 영원하리라 믿을 그녀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