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간과 함께한 추억.

공효진* 2013. 10. 7. 05:25

 

 

 

 

 

회색벽에 설렌다.

손끝으로 울퉁불퉁 차가운 시멘트를 스치며 걷는다.

좁은길에 또 좁은길을 낸 미로를 돌며 걸어서 다시 제자리다.

그래도 새롭게 깊이 빠진다.

 

그런 골목 골목을 선머슴애처럼 헤집고 뛰어다니며 놀았다.

밤이면 곯아떨어져 남몰래 이불에 흠뻑 지도를 그리기도 했다.

그러면 어김없이 할머니의 쨍쨍한 파열음이 집안을 울렸다.

가끔 고집을 세워 아버지의 회초리와 나의 억울함이 팽팽히 맞서다 결국 그 회초리에 손바닥이 부르텄다.

 

약한 듯 강한 성격의 엄마..

무섭고 강했던 아버지의 흐린 기억속은 나처럼 설레는 저 회벽이 어떤 의미일까.

어쩌면 찌들었던 파뭍은 기억일지 모르지만 부메랑처럼 돌아 나보다 먼저 가 계신지도 모른다.

요즘 아버진 평형의 균형이 조금씩 무너진다.

몸은 그렇다손치더라도 본능의 균형만 살아있으면 큰 걱정은 안 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추억을 부르고 기억을 더듬을 수 있다.

나랑 같이 살았던 골목 미로속 조그만 집에서의 소중한기억.

아련한 회색벽의 추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