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검은 잔해와 타이머.

공효진* 2013. 10. 8. 14:14

 

 

 

 

"엄마..오늘 비 많이 안 오면 창문들 다 열어놔..탄 냄새가 심해."

"안다 알어 나도."

 

실컷 민기적거리다 살 찐다고 안 먹는다던 어제 늦은 시간에 배고프다니 딸래미 밥을 줘야지.

풋고추와 된장을 올리고 약간의 볶은 나물과 된장국으로 먹게 해줬다.

소복히 밥 한 공기를 비우고 물러나길래 재빨리 설거지를 했다.

냉장고만 믿을 수가 없어서 한 번 끓여 놀 요량으로 지난번 먹고 남은 낙지 연포탕을 가스불 위에 올려놨다.

잠시 누워있는다는 게 깜빡 잠들었나 보다.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딸은 안방 침대옆까지 뛰어들어 왔다.

"엄마..집에 불나겠어."

화들짝 놀란 난 "뭐..왜 그래."

 

이미 집안은 정상적인 색이 아닌 연기로 가득하다.

미간에 주름이 두드러지게 잡힌 딸은 빠른 걸음으로 창문을 열기 바쁘다.

둘이 동시에 모든 창문을 연다.

 "엄마, 제발."

무슨 뜻인지 아는 나는 "놀랬지? 미안해. 너 아니었음 큰 일 날 뻔 했다."

둘 다 꿈나라였으면 어쩔 뻔 했나 가슴을 쓸어내린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즐거운 오전 운동이 끝나고 집이다.

어제의 여파로 집안은 아직도 매케하다.

약하게 내리는 비는 집안으로 들이칠 염려가 없겠다.

얼씨구나하며 집에 발을 들여놓기 무섭게 창문을 다 연다.

미용 수강하러 다닐 때 쓰던 타이머를 서랍마다 뒤져서 찾아낸다.

다섯 가지 실기 시험을 하나하나 시간 안에 끝내야 되기에 시험 준비 하면서 쓰던 타이머다.

'어..오래 안 썼는데 작동이 잘 되네.'

 

음식을 올리고 불을 켬과 동시에 타이머를 눌러야겠다.

정신 줄 놓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