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동네.

공효진* 2013. 10. 20. 19:44

 

 

멀지 않은 곳에 걷기 좋은 데는 많다.

가진 않는다.

누가 걷는 운동을 하자면 협조를 잘 안 한다.

걷는 게 싫어서다.

천변은 대충 걷기가 이뤄지는 곳은 아니다.

천변에 보이는 사람들은 긴 시간을 두고 제대로된 운동을 하려고 나온 게 틀림없다.

나랑은 질적으로 다르다.

 

언제 저들처럼 씩씩했던 적이 있었나 되짚어본다.

음미체를 잘 하던 청소년 시절 뿐이다.

체력장 만점 받을 때까지는 쌕쌕이처럼 영원히 날고 길 줄 알았는데.

몸은 가볍지만 그 시절의 날렵함이랑 차원이 다르다.

관절도 지 멋대로고, 근육도 지 멋대로고, 몸 따로 맘 따로다.

그나마 나은 건 보기보다 대나무 마냥 제법 잘 휘어진다는 거 그거 하나.

그렇다고 불만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지육신 멀쩡한 게 감사한 거니까.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당현천에 갔다.

선두주자 건강체의 여인은 말 그대로 '나를 따르라~' 다.

보폭도 크고 그래선지 속도도 축지법을 쓰는 듯 했다.

하나는 그래도 그녀를 바짝 붙어 갔고 둘은 뒤로 축 처졌다.

따라 붙거나 앞서 갈 생각이 전혀 없는 나와 내 옆의 여인은 사진 찍고, 수다 떨고, 부르면 연신 대답만이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시계를 보니 40분을 족히 걸었다

땡볕에 걷는 건 재미없었다.

 

그래도 갈볕은 딸래미 주는 보약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