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을흔적.
공효진*
2013. 11. 14. 03:26
책갈피에서 적당히 마른 낙엽을 코팅했다.
추리는 과정에서 이파리가 드문드문 떨어졌다.
이 빠진 듯이 아까웠지만 그런대로 재밌다.
코스모스 꽃잎도 빠저서 빈약해지고 언뜻 보기엔 초라하나 그것도 가을의 흔적처럼 보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훼손된 건 아니었다
문구점 주인은 잘 말렸다면서 웃는다.
코팅해 집으로 와 오린다.
바짝대고 쭈그리고 앉아 여러개를 오리다 보니 손아귀도 아프고, 눈도 아프다.
사실 이 낙엽 코팅으로 말하자면
작년 이맘 때 지나가다 머플러가 예뻐 옷가게에 들어가게 됐다.
무척 인텔리로 보였던 여주인이 편지 봉투안에서 코팅된 낙엽을 꺼내기에 넘겨다 봤다.
군침을 흘리며 보던 난, 한 개 달라고 말했다.
여주인은 덥석 집어 다섯 개를 내밀었다.
횡재했다고 좋아하자 보라색 옷으로 온 몸을 감싼 여주인은
내친김에 커피도 한 잔 타주면서 자기도 친구에게 얻은 거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다던 여주인은 목소리 마저도 어찌나 꾀꼬리 같던지
모습과 목소리가 그만큼 잘 어울렸던 사람은 지금껏 본 적이 없다.
어쩐지. . 30년 넘게 교회에서 성가대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이 여주인 때문에 낙엽을 코팅하는 게 그냥 말리는 것 보다 훨씬 좋다는 걸 알았다.
맘 가는 사람들에게도 줄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