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막염.
하늘하늘 얇은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왼쪽눈이 불편하다.
눈꼽도 미세한 지우개가루만큼 보여서 지난 토요일은 안과에 다녀 왔다.
눈 뜨자마자 망설일 것도 없이 갔다.
다음날, 그러니 오늘은 일요일이고 지체했다간 분명 낭패를 볼 것 같았다.
여의사는 안압까지 검사를 한다.
그녀의 외모만큼 아주 꼼꼼하게 이리보고 저리본다.
또한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이 내 눈꺼풀을 만질 때마다 벌써 다 난 것같이 안심이다.
차분한 목소리로 증세와 불편사항을 물은 후 먹는 약 없이 안약과 안연고만 처방해준다.
빨리 오길 잘 했다며 심한 결막염으로 갈 수 있으니 흔한 말인 수건 따로 쓰고
술 마시지 말고 월요일 꼭 오라며, 웃으며 가 보란다.
약국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전화가 울렸다.
주차를 오전 10시 반이라 하이마트 매장 앞 구석에 세워두고 말없이
옆 건물 병원으로 올라갔다.
양해를 구하지 않긴 했지만 자기네 자리에 말없이 주차를 했다고 뚱하게 찬바람이다.
텅텅 비었는데..
- 사장님 죄송해요 눈병이 나서 급하게 병원을 가느라고..
약만 받으면 되니 금방 빼드릴게요.
일부러 낭랑한 톤으로 애교를 부리며 사과를 했다.
약을 받아들기가 무섭게, 빠르게 달려가 문을 열고 인사했다.
여차저차 해서 미안했으니 얼른 빼드릴게요오 하고.
주차공간은 처음과 똑같이 텅텅 비어있었다.
에이..인정머리.
치료를 받으니 한결 낫다.
하루 4번 눈에 넣어라.
하루 3번 눈에 넣어라.
자기 전에 한 번 넣어라 세 가지가 된다.
이리하여, 딸 때문에도 그렇고 정신이 없어 각각의 시간을 적는다.
먹는약이 없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