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빵만들기
공효진*
2015. 1. 19. 22:30
미친듯이 빵을 만들어 먹던 때가 있었다
미친 듯 만들었던 빵을 식구들은 참 맛있게도 먹었던 기억이다
종류 불문은 아니었다
언니가 이민가기 전
빵의 달인이었던 언니네서
잘 먹겠다 싶었던 대 여섯가지를 배웠다
그 레서피를 코팅해서 돌아다니지 않게 고리를 끼워
부산에서 서울로 이사 와 2년 살았던 언니로부터 건네 받았다
언니가 부산으로 시집을 가 오랜기간을 떨어져 살다
생각지 않게 서울로 오면서 서로 그닥 멀지 않은 곳에서 2년을 같이했다
그랬지만..
집에서 조용히 있는 걸 좋아하는 나랑
다니면서 이것 저것 배우는 걸 좋아하는 언니랑은
큰일 말고 서로 얼굴 마주 할 일이 거의 없었다
빵을 무척 좋아하는 난
언니가 만들어 먹는 걸 알고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서 내 손에 들어 온 대 여섯장의 레서피는
이사통에 없어져 지금은 온데 간데 없다
물론
해 먹을 요량이면 언니에게 부탁해 타국땅에서 건너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은 그냥
머릿속에, 식구들의 입맛안에 흥분하면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만 가득하다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선물도 했거니와
유독 딸내미 미각을 사로잡았던 초코케익의 맛은 잊을 수 없다
일 주일에 한 번, 한 달에 세 번
예전 언니에게 배웠던 빵과는 조금 다른 빵만들기를 배운다
한 달에 세가지를 만들지만 흔한 제빵은 아니다
도시락도 쌀 수 있고 맘먹고 집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즐겁고 재밌다
언니한테 배웠을 때도 참 즐겁고 재밌었는데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