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집짓기
공효진*
2015. 4. 16. 03:07
담벼락에 부딪친 아지랑이를 잡으려 눈을 가까이 대니
지금 내겐 그 아른거림도 마치 비상구같다
스르르 감기며 춘곤증이 밀려온다
쭈그리고 앉아
어깨에 파고드는 약한 물살같은 봄볕과 함께 집을 짓는다
바깥 공기가 궁금하면 짧게 서성일 수 있는 소박한 공터 앞에
나도, 남도 모난 게 싫으니 지붕은 뾰족하지 않게 완만한 선을 그리고
천정이 너무 높으면 휑한 게 소리가 위로 휘감겨 울려
아늑한 맞이 없을지 몰라 적당히 낮추고
생각대로 될지 모르지만
낮엔 볕이 쏟아지고 밤엔 별이 내리도록 창을 내겠다
청소하기도 좋고
지나다니는 식구들의 옷깃이 살짝 닿도록 비좁고
그렇게 넓지않은 아래, 위 이층집이면 좋겠다
오르내리는 계단 정도의 운동은 필요하겠지 해서다
비를 맞아도 쉬 망가지지 않을
나무로 만들어진 데크위를 별 생각없이 걸으면
발 밑에서 삐걱이는 소리까지 즐기고 싶다
강아지 한 마리쯤 돌아다녀도 괜찮겠으나
게을러서 보살펴 줄 자신이 없어 그 건 싫다
화초도
나하곤 맞지않아 죽이기 일수라 삭막하겠지만 것도 싫다
무서움을타니 뺑돌려 담장을 높게 둘러 치면 되겠다
오수에 졸며 금방 집을 한 채 올리는덴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쌓는 것도, 허무는 것도 순식간인 촌각에 눈을 떴고
엉거주춤 일어나 바짓가랑이를 털고 뒷걸음질 쳐 벽에 기댄 뒤
아까보다는 해가 비껴간 걸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