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무터널
공효진*
2015. 6. 11. 02:16
나름 산뜻했던 시절
기억 저 편에 있는 청주 가던 길 나무터널은 지금도 설렘이 있다
고속버스를 타고 두 번의 오르락 내리락이었지만,
내 머릿속 거긴 지금도 내 추억을 깨워주는 친구가 있어선가 보다
못지않게
여름 날 옆동네의 소박한 나무터널과
장미의 계절에 장미터널을 봄은 14년째다
사람 얼굴도 왼쪽 옆모습을 볼 때랑
오른쪽 옆모습을 볼 때랑 다르듯 저 나무터널도 마찬가지다
이쪽서 저쪽으로 향할 때랑
저쪽서 이쪽으로 향할 때랑이 모양새가 다르다
아무리 더울 때도 저 나무터널 밑을 좁은 보폭으로 지날라치면
다소 짧은 아쉼속에서도 뭔가 '정리'라는 걸 하게 된다
생각이 거미줄처럼 그렇다가도,
스스로 침체돼 있다가도,
또 다짐을 하고 싶을 때도 백지머리가 정리되며
연한색이나마 밑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곳
참 고맙고 행복한 곳이다
지나다 차를 앞으로 쭉 뺐다
이른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은 부동산과 과일가게 사이에
다른차가 걸리적거리지 않게 비상등을 켜고 세웠다
내렸다
운동시작 시간은 넉넉히 40분이나 남아 있어서
나무터널 앞에 조금 서 있고 싶었다
멀리선 잎새들이 무성했다
걸어 들어 가 위를 보니 듬성듬성 사이로 하늘이 반짝였고
그 건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그러나 그렇게 다르다고 전혀 실망스럽진 않다
요맘 때
여긴 내 맘을 어루만져주고
난 여길 그리워하니 행복해서다
여길 느끼며 나의 여름을 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