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골목길
공효진*
2015. 10. 27. 01:57
동네란 말이 무색하게 옛스런 골목 보기가 어렵다
덕지덕지 회벽을
손으로 더듬었을 때 거친 느낌이 되살아나는 담벼락이 없다
슬리퍼를 신고 편히 나갈 수 있는 곳
길지않은 골목이 구불구불 미로처럼 생긴게 예뻐
일부러 나가곤 했다
먼저 살던 동네 근처는 그랬다
넓직한 보도블럭을 깐 깨끗한 골목안의 집들은 대체로 단층이었고
어느집은 낮게 플라스틱 지붕을 얹어
비가오면 골이 진 그 지붕위에서 빗물이 또르륵 흘렀으며
한견에 서서 우산을 쓰고
손을 쭉 뻗어 오므려 한가득 넘치도록 빗물을 받았다
매일 서너번씩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똑같으면서 달랐던 건
계절과 날씨 시간 보폭이 그런 차이를 느끼게 했다
집주변을 걸으며 눈에 띄는 골목을 헤집고 다닌다
그 때 그 골목길을 걸으며 내가 누렸던 여유가 그리운가 보다
이 게 아닌데 아닌데 하며
이쪽으로도 가 보고 저쪽으로도 가 보는데 다리만 아프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린다
따라 간 곳은 놀이터가 보이는,
쏙 빠져 나가면 금방 집으로 갈 수 있는 짧다란 직선 골목이다
지나치며
내 머리속에 있는 기억
추억, 그 걸 떠올리고 싶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