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어려운 자극
공효진*
2016. 2. 26. 20:23
스스로를 방어 할 능력이 뭘까?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는 대상에 맞서는 부류
대상을 피하는 부류
그 외에 많은 방법이 있을테지만
피하는 쪽인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괴롭다
작년 4월말부터 시작된
아버지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엄마만 계신 친정에 가면 썰렁하다
집 안 공기조차 꽃샘추위만큼 차갑게 느껴진다
아버지가 주로 사용하시던 화장실 한켠엔
가늘고 힘없는 아버지 머리카락을
원하는대로 고정시켜주던 헤어젤과 빗,전동칫솔이
선반엔 언제였던가 내가 사드린 로션, 그리고 향수가 있다
저런 거 말고 더도 없는 그저 그런 아버지의 화장대인 셈이다
글씨를 써 보고 볼이 잘 굴러가는 펜에 집착이 있는 아버지의 필통안은
여유가 없이 꼭 들어찼다
은행이든 팬시점이든 써 보고 참 좋다는 생각이면 사기도 하고
달라고도 해서 아버지 손에 넣었다
공책이나 스프링 노트도 책꽂이에 여러권이다
아버지는
책상에 앉아 이런저런 걸 메모도 하시고, 책도 읽으시고 성경필독도 하셨다
엄마보다 아버지의 기운이 더 강하게 느껴졌던 친정..
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도 마찬가지다
도우미가 있지만,
엄마 혼자 계시는 친정엔 아버지의 냄새가 여전히 진하다
아버지의 병원살이
충분히 외로워 보이는 엄마
그러므로 파생되는 여러가지 크고 작은 스트레스
두 남동생들도 힘겹긴 마찬가지겠는데 딸인 내가 안고 있는 스트레스군은
걔들과 또 다르다
큰소리가 나거나, 상하관계가 무너지거나는 아니다
지그시 내 어깨를 누르는 뭔지 모를, 떨칠 수 없는 스트레스
내 방법대로 늘 그렇듯 피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