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뜻밖의 선물

공효진* 2016. 5. 2. 16:18

 

 





수필반 민혜옥 선생이 선물을 건넨다


30분 일찍 간 강의실에 집에서 싸가지고 간 초콜렛을 쟁반에 담아서

커피가 놓여진 탁자에 나란히 올렸다

차 한 잔 종이컵에 타 손에 쥐고 늘 그렇듯

필기를 하려면 교수님의 뒤통수와 뒤태에 칠판 글씨가 삼분의 일이 가려지는

오른쪽 맨 앞자리에 앉았다


책 공책을 꺼내 수업준비를 하고 조금있다  휙 또 조금 있다 휙  

고개를 뒤로 돌려 누가 왔나 궁금함을 해소하던 차에 민혜옥 선생이 나를 향해

까딱까딱 손짓을 한다

갈색 눈동자인 나랑 다르게 그녀의 까만 눈동자는  깜빡임 없이 내 눈과 마주친다

교수님의 골수팬이라며 지난 학기에 등록을 한 그녀랑은 당연히 살가운 사이가 아니다

회식 때 마주앉아 반찬이 맛있네 맛없네, 사는 곳은 어디네, 도시녀 였는데 시골 어디로 시집을 갔네

딱 한번 이런 얘길 나눈 사이다

날 부르니 가까이 간다


그녀는 한 권의 책을 꺼내 내게 보이며

"혹시 있어요?"

"아뇨 없는데요 교수님 책이에요?"

"네, 한 권 생겼는데 없으면 드릴게요 교수님 싸인 받아서.."

입꼬리를 올리며 난 그녀를 본다

"난 있어요 참 좋던데요"


'스토리 플러스'

책을 들고 빠르게 쫘르르 페이지를 넘긴다

93편의 이야기를 짧게 엮어 컬러풀한 삽화를 끼워 넗은 적당한 두께의 책이다


쉬는 시간에

그녀는 책을 들고 나가 내 이름을 넣은 싸인을 받아 내게 건넸다

"고마워요 잘 볼게요"

그녀랑 오래 눈을 맞추고 그녀는 저 뒤 왼쪽 자기 자리로 가고

난 칠판 앞 내 자리에 앉았다

글씨가 좀 작네.. 생각하던 차에

"300만원 지원금 받은 책인데 글씨가 작죠?" 교수님이 물었다

"그러게요 근데 그림이 예뻐요"

평소 삽화가 있는 동화처럼 덜 어른스럽고 얇은책을 좋아하는 난

쉬는 시간 내내 그 책을 뒤적거렸다 


생각했다

그 책의 임자가 왜 나였을까

그녀는 책을 담아 집을 나서면서 부터 날 줘야겠다 생각했을까

강의실 뒷자리를 돌아 보며 순간 눈이 마주쳐 어쩔 수 없이 내가 그 선물의 주인공이 된 건가

생각지 못한 일에 조금은 당혹스러웠지만, 선물은 좋은 거다

것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 선물이어서 기쁨이 두배다


얘깃거리가 생겼고 하루가 즐거웠던 오늘

 

나처럼 순간의 기쁨을 맛보게 하고 싶은

민혜옥 선생에게 난 뭘 선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