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자작시
비누
공효진*
2016. 8. 11. 22:09
살구빛 얼굴을 한 그녀
손대면 톡 터질듯
아기처럼 사랑스런 얼굴을 한 그녀가 내게 왔다
그녀의 손끝에선 살구향이 흘러내렸다
바람처럼 나와의 동거가 시작됐다
매일
내 얼굴을 쓰다듬었고
내 손에서 헤엄치듯 미끄러지는그녀는
수줍음 대신 첫사랑 같은 순결을 내게 안겨 줬다
내 눈물도
몸과 마음의 더러운 얼룩도
물거품과 함께 매일 그녀의 사랑으로 깨끗하게 희석됐다
내 욕심 때문일까
그녀의 가슴뛰던 사랑도, 내뿜던 향기도 무뎌지고
시든 꽃처럼 병약해진 그녀는 실처럼 가볍게
날 두고 떠났고
행복한 이기주의자는 그녈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