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26
난 참 못된 아이다
한 편으론 한없이 너그럽고 한 편으론 한없이 냉정하다
누가 그랬더라
인간은 매일 거짓말을 하며 산다고
백색 거짓말이란 다 아는 흔한 말이고
감정의 거짓을 말하는 거다
싫은 사람 앞에서도 예의상 안 그런 척
또
속깊은 곳에선 동의 할 수 없는 말이지만
상대방의 기분에 따라 추임새를 넣어야만 할 때도 있다는 뜻의 거짓 감정
.. 서로 말을 나누는 건 뭐
크게 이해관계가 없는 한 그럴 수 있다 생각하는 대신에
모여 앉아야만 하는 무리 속에선 어쩔 수 없지만
그 뒤로는 의도적으로 그 사람과 맞대면 하는일을 없게 만든다
그냥 머리쓰기가 싫어서다
그렇게 나의 인간관계는 어떤 면에선 편하게, 어떤 면에선 외롭게 나아가고 있다
편한관계는 별 불편없이 이어진다
나이가 더 들어야 알게 될런지 남들이 말하는 친구의 폭이 좁아 외롭다는 건 아직 못 느낀다
다만 그 외로움은 스스로의 감정조절에서 온다는 생각이다
그날 그날 내 감정의 변화, 그 건 유발하는 것들이 다양하다
날씨, 음악을 듣다가, 예기치 않은 상황, 예상했던 일, 대수롭지 않은 사진 한 장
잠든 가족들의 얼굴을 보며, 주변의 소음, 구석에 꽂혀있던 책 속의 한 줄
많다
내 심기를 건드린 그녀를 마주 할 날이 있을지
개 혓바닥처럼 늘어질 대로 늘어진 이 여름이 다 지나가도
봄부터 잡음이 일었던 그녀와 난
지난날 하하 호호 했던 때로 돌아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얼마나 더 늙어야 쓸데없는 자존심 다 버리고
그냥 속없이
"밥 한 번 먹자 나올래?" 라고 먼저 손을 내밀 수 있을까
이런 것도 할 줄 모르니 난 참 못 된 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