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언니 생각

공효진* 2016. 10. 8. 17:41

 





이민자인 언니는 오클랜드 시내에서 꽤 오래 살다 

서울서 대전쯤 되는거리의

농장이 딸린 뉴질랜드 시골 집으로 이사한지 3년인가 4년 만에 

깨끗하게 수리를 해서 잘 살던 집을 팔고

서울서 경기도쯤 되는 거리로 며칠 전 또 이사를 했다


시골이 지겹단다


아보카도 농장이 딸린 집을 사서 갔으니 일을 했을 테고

여기나 거기나 전원 생활이라는게 다 똑같고 뻔한 거겠지

이른 아침이면 아침잠이 많은 형부를 깨우다 깨우다

언니 혼자 나가 일을 하고 있을 무렵

해가 중천에 떠서야 형부가 일어나 일을 했다는데 언니는 불만이었다


특히 여름엔

해가 더 뜨겁기 전 일찍 일을 서두르려는 언니와 일을 분담했다니,

더워 죽더라도

형부는 아무 때고 맡은 일을 그 날 안에 끝내면 된다는 생각이었으니

따지고 보면 언니가 불만일 것도 없는 일이다

일거리가 쌓여 있는 꼴을 못 보는 언니의 성격탓인 거다


트렉터 급발진 사고로 형부가 큰 수술을 하고

언닌 급한 성격을 잠 재우고 여유를 좀 찾은듯 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성격이 금방 변하나..


역시 것보다 문제는 시골이 지겨웠단다


이런 저런 이유로 집을 내놓자, 작자가 나타났고 한참 후 집도 구했는데

일주일 상관에 서로 이사 날짜가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짐을 맡겼다가

며칠 전 이사를 했다

여기처럼 이삿짐 센터에서 날짜 맞춰 알아서 넣어주고 빼주고 하는 게 아닌지라

포장한 살림살이를 옮겨만 주고 스스로 풀어 정리를 한단다


며칠 더 난장판이어야 한다는 언니의 전화다

아이들은 독립해 일을 하고

언니와 형부가 아무리 쉬엄쉬엄 정리를 한다 해도,

또  20년 넘게 써 왔던 물건들을 처분할 건 했다손치더라도,

보나 마나 단박에 끝날 게 아닐 거다


언니는

병원에 계시는 아버지

아버지를 지키는 엄마

같이 하지 못 하는 미안함으로 형제들에게 종종 전화를 해

모두의 안부를 묻는다

바다 건너 와 

얼마간이라도 아버지 옆을 지키고 싶다 그럼서 울기도 하고

엄마를 잘 부탁한다고 걱정한다


멀리 사는 언니와 전화로 기쁨과 슬픔을 나누니

남동생들이랑 달리 보이지 않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