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억묶기

공효진* 2016. 11. 30. 15:57

 




딸내미의 여권 문제로 구청엘 드나들었다

복사 할 것도 있어 간김에 여권심사과 끄트머리에 놓인 복사기를 썼다


뚜껑 여는법이 복사기마다 다른가


문화원에서 종종 사용하던 방법은 헛것이었다

촌스럽게 이리 저리 살펴 복사 할 것을 넣고 버튼 조작을 했다

달그닥 배껴지는 소리가 났으니 분명 나왔을텐데 안 보인다


배껴져서 나오는 곳도 다른가


촌스럽게 또 살펴 찾았다

그렇게 구청 재산 뽀얀 A4용지 석 장을 썼다


지갑에 신분증이 없다


지난주 금요일 30분정도를 구청에서 저랬는데

신분증 복사한답시고 복사기에서 혹 안 빼왔나

기억을 더듬어 신분증 사용의 마지막 장소가 거기였다는 필름을 돌려 기억해냈고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나왔으니 다행인데 사람이 어설퍼졌으니 다행만은 아니다

아예 기억이 없는 건 치매요 어찌어찌 생각이 나면 건망증이라는데

귀찮게 신분증 재발급을 안 해도 되니 이번 일은 위안삼아 건망증이라고 치자

어디다 뒀는지 모르는 것들이 있다

메르스 때문에 일회용 마스크를 죽으로 사놓고 어디다 잘 뒀을까 뒤져도 안 나온다

기침하는 딸내미한테 필요해 같이 찾아도 안 보인다

인감도장도 없다

늘 면허증을 품고 다니는데 주민등록증은 어디다 모셔 놨는지 기억이 없다

번갈아 입을 요량으로 수영복 두 벌을 사서 계속 입던 것 말고 새 것을 둔 곳도 기억이 없다

딸내미한테 생일 선물로 받은 목걸이도 안 나온다

며칠 전 수납장을 정리하면서 분명 새 헤어드라이어를 봤는데 둔 곳이 어딘지 모른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렇다

아버지를 뵈러 엄마를 모시고 병원으로 향하기 전

엄마가 혹시 헛헛할까 해서 빵과 함께 커피 한 잔 타 드려야지 했는데..


쥐정신을 엄마한텐 말도 못 꺼냈고, 집으로 다시 가져 온 꼴이라니 기가차다


이럼 안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