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인생, 흐르다
공효진*
2016. 12. 20.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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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묘소 위 수북한 붉은 흙이 온통 언니옷에 칠갑이 됐다
언니의 몸은 사시나무 떨듯 떨렸다
비행기 시간을 못 맞춰 아버지의 발인이 끝난 다음 다음날
언니네 가족이 왔다
아버지를 향한 미안함의 오열은 길었다
여름에 다녀갔던 언니의 슬픔은 그 때의 두배다
며칠 눈이 퉁퉁 부운 채로 다니며 여러 날을 보내고 나흘 후 돌아간다
형식적인 것들은 조용히 차례를 밟는다
언니의 슬픔도 희석되어 비행기를 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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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엄마의 담담함에 놀라는 이들이 많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무렵 엄마는 정강이를 심하게 다쳤는데 식구들이 걱정할까
절뚝거리며 다녔다
삼일장을 치르는 내내 눈치채지 못 했다
발인이 끝나고 알게 돼 정도가 너무 심한 나머지 아무 말없이 한의원에 같이 갔다
침을 맞고 사혈까지 닷새를 투자하니 겨우 살색이 나타났다
엎친데 덮친격이라니
안약을 넣는 엄마와 형부 눈이 마주친다
"눈이 침침해서.."
처방을 받지 않고 함부로 안약을 넣는 건 잘못하면 큰일난다고 형부가 놀라며
더군다나 아버지가 쓰던 안약이라길래
그길로 우린 엄마랑 안과에 갔다
작년에 그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하라는 의사 말을 귓등으로 들은 건
아버지를 보러 병원에 다녀야 해서 같이 갔던 동생도 아마 엄마를 막지 못 했을 거다
꼭 수술을 하라는 의사 말에 모두 멍한 채로 나왔다
언니네 식구가 비행기를 타고 간 후 하기로 예약을 했다
한 가지 일이 생기면 거기 빠지고
헤어나면 다른 크고 작은 일이 또 생기고
그러면서 굴러가는 게 인생살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