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초대
예술이 아니니, 인생은 몽당연필처럼 어느새 짧아졌다
점점 더 짧아져만 갈 삶의 자리가 불현듯 슬프다
나의 자리가 저만큼 멀리 보이지 않았건만, 벌써 이만큼 가깝게 보이니 또 허탈하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것들이 생길 것이고,
그럼에도 꼭 해야 할 것들과 놔 줘야 할 것들에 대해 선택하기 어려울 순간들을 만날텐데
유난히 날 조여오는 이 밤은 대체 무엇인가
고요한 밤...... 닿을 수 없는 별빛의 세기조차 적막을 이길 순 없다
어둠과 밝음을 떠나 내가 별빛에 빠지면 그게 적막이고, 내가 적막에 빠지면 고요가 만들어진다
밤거리를 걷다 무턱대고 서서 하늘을 쳐다 볼 때가 있다
눈 앞에 넓다랗게 펼쳐진 곳에서 부터 보이지 않는 곳까지 홀쭉하게 좁아드는 길
위에서 내려다 보면 그 익숙한 길은 차 바퀴가 누르고, 우리네 발길이 눌러 잘 다져진 길이다
하지만, 해와 달과 별이 있는 하늘은 어루만질 수도, 신기한 마음으로 걸어볼 수도 없는 흠모의 땅이랄까
고개들어 볼 뿐이다
미로처럼 이상의 나락이 될 수 밖에 없지만 내가 선물받은 숱한 밤들은 날 성장시킨다
고요와 적막의 밤은 하루도 빼놓지 않고 날 초대한다
무엇이 됐든 추억하게 만들고 때론 날 가지고 논다
고요에 젖음과 빠져 나옴을 즐기는 시간도 주로 밤이었다
불빛이 아로새겨져 불필요한 생각이 없어졌다 더해지며 별스럽지 않은 것들 역시 날 조숙하게 만들었다
한 올 한 올 별들의 흐름...... 밤하늘에 박힌 별무늬를 보며
최소한 누구의 앞을 밝혀줬거나 밝혀 줄 나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해 봤다
누군가 힘들면 빛을 발하던 지점에서 빨리 휙 소리내며 내려와
다섯 귀퉁이 중 한 귀퉁이를 빌려 주는 천사였을 거라는 착각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 걸로 인해 기쁨이 마구 샘솟는 천사
촘촘한 별들이 서로 사이좋게 수놓아져 있듯
언제까지나 나도 별들처럼 평화주의자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