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커피 갈아타기
공효진*
2017. 8. 23. 11:50
하얀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여름비인지 가을비인지 모를 시원스레 내리는 빗줄기에 시선을 둔다
서둘러 창문을 닫고 전등을 하나 켠다
이 비는 하늘과 땅 사이에 있을 허접한 모든 걸 끌어내릴테다
언제부턴가 커피믹스에 맛을 들여
조미료 듬뿍 넣은 음식을 맛있게 먹듯 들이켰다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이 됐다
사람과 사물에 비교적 싫증을 잘 느끼지 않는 난
다시 언제부턴지 커피믹스가 권태스러웠다
200개 넘게 들어있는 달달한 커피믹스를 정리했다
몇 개 먹었을까
가운데가 움푹 파였지만 거의 그대로의 갯수다
꼭 먹고자 하는 사람에게 주려고 쇼핑백에 담았다
혜란이네 카페에서 8500원 주고 사다 논 원두를 조금 갈아 내려서 잔에 담아 든다
촌스럽게 딱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하루에 한 잔 정도 내려서 마신지 3개월째다
별 것 아닌 게 내 생각을 바꾸고
주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서 난 다시 잔잔해진다
얼마나 이어질지 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