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을시선

공효진* 2017. 9. 12. 16:32

 

 




오대산 월정사를 갔던 기억이 없다

사찰 안 보다 전나무 숲속에 있고 싶었다


맨발 체험도 한다지만, 안 했다


팻말을 따라 돌면서 걷는다

나무 냄새만큼 흙 냄새가 많이 난다

햇빛과 그늘의 공존 중 내 머리 위는 거의 다 그늘이다


바람이 분다

바람은 색이 없는 대신 색을 입혀 준단다

전나무 숲속은 고마운 바람으로 여름같은 가을색을 입는 중이다

나도 그렇다


여름이 매달려 있는 전나무 숲속의 가을은 그렇다고 어색한 공기가 감도는 건 아니다

몇 자나 될지 늘씬하게 뻗어 올라가 하늘을 가린 가지에 돋아난 이파리들이

낙엽이 되려면 아직 힘있어 보인다

그 힘 아래서 내가 걷는다


나와, 나를 뺀 사람들이 가진 여유가 바로 지금이다

강릉항.. 바다로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