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단둘이
공효진*
2017. 12. 7. 19:20
술을 마시면 하기 좋은 말로 꽐라가 되는지
아들은 종종 뭘 잘 잃어버린다
흡연을 하진 않는다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는데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런 상태라면 깜빡 소지품을 잘 잃어버릴 수 있다
제 정신인 사람도 그러니까
"필요한 거 있니?"
아들의 대답은 얼마 전 지갑을 잃어버렸단다
스마트폰도 그렇고 지갑을 잃어버린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들 몫으로 산 반지갑과 목걸이 카드지갑 키홀더는 누구에게든
부담없는 선물이다
아들이 맘에 드는지 무척 좋아한다
잘 됐다
안산 회사근처에 독립해 살고 있는 아들을 불렀다
생일이 돌아오니 밥한끼 먹을 작정이었다
11일 제 생일엔 바쁘다며 오늘 왔다
아침 느지막이 장을보고, 지지고 볶았다
숟가락 위의 밥이
코로 들어갈 듯한 허기진 모습으로 나타나 앉아 먹는 아들
별 것 아니어도 엄마밥이 맛있다니 그렇게 후딱 지지고 볶는수 밖에
친절한 아들은 더군다나 늘 평화롭다
아들, 딸이 비교적 번잡스럽지 않아 어릴 때도 크게 애를 먹지 않았다
내 팔안에 쏙 들어 올 때까지 아들은 잠을 안 자고 울어서
힘이들어 내가 울 때도 많았다
세월이 흘러 힘든 무게가 가벼워졌는지 크게 힘든 기억은 아니다
와서
다섯 시간 남짓
밥먹고, 커피도 같이 갈아서 내려 마시고
아들이 입고 온 검정색 벤치코트도 입어보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아들은 일어선다
"이런 거 가져가면 잘 차려 먹을 수는 있는 거니?"
"그럼요"
조그만 상자에 이것 저것 겨우 하루 이틀 먹을 걸 담는다
친절한 아들은 내 차에 워셔액을 넣어주고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