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권태

공효진* 2017. 12. 29. 00:26

 





2013년 5월 6일 글쓰기 공부를 시작하면서 5권의 수필집이 내 손에 쥐어졌다

19집까지 출간된 것 중 5권에 내 글이 실렸다

마지막 그 19집을 난 아직 안 읽었다

누구의 글이 실렸나 하는 열심이 떨어진 건지 책장에 손이 가질 않는다


해마다 7권에서 15권의 책을 받아오지만

누구에게도 책을 주지 않았다

책꽃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흔적조차 없어질 게 뻔해서다

맥없이 누굴 주느니

이게 그래도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내가 다니는 병원이나 관공서 은행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갖다 놔야지 하면서도 매번 잊는다


등단이 목적은 아니었기에 사심없는 글쓰기가 어렵지 않았다

매주 월요일, 일주일에 한 번, 두시간 수업을 듣고 자발적으로 첨삭을 받았다

단락을 나눠가며 시제를 배운 것과

어느 단어를 직접 꾸며주는 단어를 나란히 배열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던 때가 있었다

읽는 사람도 글이 쉽게 이해되고 더불어 내뱉는 말도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새로운 수강생들이 등록을 하면서 내 옆의 친구도 자연스레 바뀌었다

나보다 나이가 10살 많았던 여선생들이 집에 날 초대해 정말 국화꽃 향기가 나는

국화차를 무릎 가까이 밀어줬고

아들이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젊은 할머니가 됐던 4살 연상 여선생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달라는 애교섞인 말도 했고

딸이 독일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던 울엄마 연세의 여선생도

날 종종 연주회에 초대했고

내 짝꿍이었던 은퇴하신 목사님과도 가끔 만나 밥을 먹었고

수필등단을 한 후 만학도가 된 친구도 있었고

백일장에서 대상을 수상한 기간제 영어교사 친구도 있었고

동화구연을 하며 수업을 같이 듣는 내 뒷자리 심선생도 있지만

오전 오후반 인원 중 어느새 내가 제일 오래된 수강생의 자리에 있다


친구들은 돌아가며 새롭게 바뀌는데 요즘은 강의가 살짝 권태스럽다

교수님이 쓰신 교재로 수업을 하고 중간중간 고전 단편,

수강생이 쓴 수필로도 수업을 한다


배우들의 연기가 매너리즘에 빠져 식상할 때가 있다

그처럼...

수업도 수강생이 쓴 글이나, 소설가, 수필가, 시인들의 시나 글들은

똑같질 않으나

교수님의 수업방식이나 비유들이 일률적이거나 똑같을 때가 많아서

집중이 안 된다



잠시 쉬어 갈 타이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