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

시 / 이창호

공효진* 2019. 5. 27. 17:48


6월  ---  이창호


지난 달력 한 장을 찢어 손바닥에 접어 올리니


손바닥 위에서 지난 5월이 너무나 작고 가벼워집니다


유리창에 물방울처럼 톡톡 웃음을 튕기는 아침


알맞게 물이 오른 6월의 현관문이 열리자


펼쳐 둔 종이의 여백을 열고 여름 나무들이 들어가 앉습니다


한 잎 두 잎 그리움의 잎사귀가 늘어갈수록


종이 위에서 사연들이 더욱 푸르러 갑니다


 

당신, 지난 5월에는 달력 한 장의 무게만큼 편히 지내셧는지요


여기 6월의 첫날 아침을 그려보냅니다


 

색다른 배경으로 깊어지는 창밖 세상이


숲 속처럼 맑아지는 거리에서는 온갖 사물들이


밝은 조명을 단, 아침 하늘 아래 주렁주렁


저마다의 녹음을 매달고 걸어다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