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바늘 공포

공효진* 2020. 12. 26. 15:50

 

공포를 느낌은 물리적이기도 하고 정신적이기도 하지

 

겁이 전혀 없었던 것들에 식은땀이 나기도 하는데

두꺼운 바늘을 팔에 꽂아 피를 뽑을 때도 그런가 보다 했고

360도 회전하고 직각으로 떨어지는 놀이기구도 줄서서 탔다

언제부턴가, 피검사를 하러 가서 늘 간호사에게 처음 꺼내는 말은

"가는 바늘로 부탁할게요~" 다

바늘 공포가 생긴 거지

 

공포감으로 다가 온 어느 날

"전엔 안 그랬는데 왜 점점 손에 땀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과

밴드를 묶은 팔이 불쌍하게 느껴졌는지

간호사가 단비같은 말을 건넨 게 바로 '가는 바늘'이다

"그런 것도 있느냐"며 눈동자가 커졌고 가늘고 짧은 주사바늘이 담긴

비닐을 뜯어서 바늘보다 좀 더 두꺼운 긴 줄을 잘 푸는 간호사의 손놀림을 보았다

 

얇은 주사바늘을 꽂고 줄을 통해 피가 흐르면서 원하는 만큼의 채혈을 한다

신세계다

 

한의원에 서도

한 뼘이나 되는 장침을 명치 끝에 맞으면서도 속눈썹 하나 흔들리질 않았는데

이젠 길어야 4~5센티 되려나..

제일 많이 사용하는 침인데도 외마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

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