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벽.

공효진* 2013. 11. 26. 04:59

 

벽을 본다.

소통이 막힐 때의 대명사로 억울함을 입는 건 아닐까..

난 그 벽이 오히려 대화의 장 이라는 생각이다.

 

등을 기댈 땐 꾸부정하게 굴곡진 등이 펴진다.

반듯한 벽이다.

 

가슴을 댈 땐 굴곡진 가슴 때문에 모자란 듯 하다.

수줍은 벽이다.

 

만세를 하고 양팔을 올린다.

지름은 자기 키라니까 160이다.

높이는 내 키에 50센티는 족히 더 올라 간다.

나를 탐색하지 않는 착한 벽이다.

 

짝다리를 하고 옆으로 기댄다.

옆머리까지 자연스레 벽에 붙이게 된다.

벽은 의례적인 게 없으니 내가 실행하면 된다.

예의바른 벽이다.

 

많은 걸 수용한다.

어느틈에 분노가 인다 해도 걸림돌이 없는 벽의 숨소리를 느껴 본다.

생각해봐.

배울 게 얼마나 많은 묵묵한 놈인지.

마주앉아 있으면 내 얘길 얼마나 잘 들어 주는 놈인지.

보기 보다 얼마나 따뜻한 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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