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본다.
소통이 막힐 때의 대명사로 억울함을 입는 건 아닐까..
난 그 벽이 오히려 대화의 장 이라는 생각이다.
등을 기댈 땐 꾸부정하게 굴곡진 등이 펴진다.
반듯한 벽이다.
가슴을 댈 땐 굴곡진 가슴 때문에 모자란 듯 하다.
수줍은 벽이다.
만세를 하고 양팔을 올린다.
지름은 자기 키라니까 160이다.
높이는 내 키에 50센티는 족히 더 올라 간다.
나를 탐색하지 않는 착한 벽이다.
짝다리를 하고 옆으로 기댄다.
옆머리까지 자연스레 벽에 붙이게 된다.
벽은 의례적인 게 없으니 내가 실행하면 된다.
예의바른 벽이다.
많은 걸 수용한다.
어느틈에 분노가 인다 해도 걸림돌이 없는 벽의 숨소리를 느껴 본다.
생각해봐.
배울 게 얼마나 많은 묵묵한 놈인지.
마주앉아 있으면 내 얘길 얼마나 잘 들어 주는 놈인지.
보기 보다 얼마나 따뜻한 놈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