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동갑내기 영숙이는 말을 잘 한다..나 보다 더 재밌게.
어느 자리에서나 느끼는 거지만 역시 난 추임새를 넣어가며 듣는 체질이 분명하다.
지난주 화요일..
그녀 아들의 책 읽는 취향을 말하며 뒤적거려 보니 젊은 작가라서인가 읽을 만 하단다.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빌려달라 말을 건넸다.
그녀 왈..
"남편도 화장실 갈 때 종종 들고 들어 갔던 거고 새 책도 신간도 아니다" 며 번개 같이 빌려 줬다.
나도 달달 외웠지만 국민 교육 헌장을 줄줄 외우던 시절
청소년기를 지냈던 작가의 십 여년 자전 드라마 같은 얘기다.
프로야구가 첨 생겨 그 지역 사람으로 어린시절부터 골수팬이 된다.
성장하며 깊이 빠져 있다, 해야 할 공부로 맘을 돌려 절친과 나란히 각자가 지원한 일류대에 합격하고
세 명의 애인과 일곱 명의 섹스 파트너를 가졌던, 청순한 첫 사랑을 만났다 헤어지며 군대를 가고
졸업 후의 직장 생활과 4년 만의 정리해고..
그리고 결혼과 이혼.
가슴 속에 뿌리 박혀 있던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 창단과 그들만의 리그 전지훈련.
전 부인과 사랑의 재결합에 이르기까지 그 무렵 30대 작가의 솔직 담백한 필체다.
내 기억의 삼미 슈퍼스타즈는
감명 깊게 영화로 본 감사용이라는 이범수 주연의 투수 이야기 '슈퍼스타 감사용' 이 전부다.
박민규 작가는 그 후로 자신의 삶을 플레이 볼 이라고 나직하게 말한다.
우리네 삶이 그렇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