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물질 만능주의자가 뽑은 가치일까?
결코 인간사살을 위한 무기를 발명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자랑했고
천재는 1%만이 영감이라고 말한 에디슨의 두뇌가
인류공영에 기여한 기여도를 돈으로 환산했을 때 30조의 가치란다.
나 역시 인간사살을 위한 무기는 발명하지 않았고,
나한테도 1%의 영감쯤은 있다고 믿지만, 저 천재의 영감과는 아마 다를 것이다.
한 가지를 위해 만 번 가까이 노력을 하고도 성공을 못 해
그 이상 끊임없이 열정을 불태운 저 천재에 비하면 어림없겠지만...... .
돈으로의 환산은 턱없을 것이고
약소하게나마 주변 인물들에게 내가 끼치는 영향력은 얼만큼인지 궁금하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겐 저 열정 못지않은 존재감이 있었으면 한다.
어린시절부터 친구를 많이 만들지 않았던 나는 독특했다.
하는 짓이 외형과 달라서 더 그랬다.
친구에게 관심은 많은 데 비해 무심하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지금도 다를 게 없다.
학창시절과 다를 게 없이 사회 친구들에게도 같은 소리를 듣는다.
이렇듯 과거도 지금도 내 인간관계를 뒤돌아 보면 답은 뻔하니
에디슨처럼 더 더욱 돈의 가치가 매겨지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난 참 냉정하다.
나의 이성과 감성은 내 딴에는 적절한 비율이라고 믿는데
에디슨이 운운한 1% 의 영감처럼, 그 1%가 이성쪽에 살짝 걸쳐진 고로
이성이 지나치게 발달한 거라는 스스로의 결론이다.
그야말로 한끝 차이다.
한끝이 날 움직여서 내렸던 결론에는 아버지가 병원에 계신 지금,
과거 아버지가 묻는 말에 묵비권을 행사했던 것과 돌발적인 행동으로
잊을 만하면 아버지 속을 썩였던 것 빼고 후회되는 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아버지가 정확히 알아보고 웃어주는 가족 중의 단 한 사람이 나다.
그래서 더 맘이 아프다.
워낙 무섭고 가부장적이며 칭찬에 인색하고
단점이 보이면 물만난 고기처럼 후벼파서 상채기를 내고
단호하게 내치는 아버지 같은 남자랑은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오를 했었다.
결혼 전 아버지가 나에게 끼친 영향은 이 정도였는데
아버지 입장에서 고분고분하지 않고 얄밉디 얄미웠을 딸인 나에게는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
결혼 후,
아버지가 그리워서 한동안 눈물짓던 나와 같았을까.
친정에 갈 때마다
아버지가 내 손을 힘주어 꼭 잡았던 따뜻함이 느껴졌으니까 나처럼 그랬을 것이다.
아버지와 같이 장사를 하며 늘 바빴던 엄마는 눈물 많은 여자였지만,
할머니와 때때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고 장사를 오래 해서 그런지 무척 도전적이었다.
지금도 온 신경이 아버지한테 가 있는 탓에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엄마는, 예전에 그랬던 엄마의 성향이 보인다.
그래서 엄마의 말투나 행동에 이럴 땐 이렇게 하고 저럴 땐 저렇게 하면 더 좋겠다며
자존심 상하지 않게 말을 건넨다.
딸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내 성격 형성은 형제나 친구들보다 부모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부모님이 부모님 생각대로 날 만들었다는 뜻이 아니다.
부모라는 관계를 떠나서 한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부딪치면서 내가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며 날 만들었던 것 같다.
사춘기부터 20대중반까지 사고나 상황에 대처하는 것들이 거의 다 만들어졌다.
언니는 공부하느라 늘 바빴고 그렇다고 두 남동생들과 어울려 논 기억은 많지 않다.
내 방에서 혼자 음악을 듣거나 하다 못해 만화책을 읽든가 했다.
그렇게 내 공간을 만들고 친구 한둘 만 드나들었던 기억이다.
이랬던 나를 형제들은 어떻게 생각했을지.
개구졌던 남동생들을 아버지가 혼내도 무서워서 말려 줄 엄두를 못 내고
근처도 못 갔던 나였다.
지금 남동생들은, 말그대로 그냥 가족이다.
자기들 머릿속엔 누나라는 자리가 있을지.
누나가 자기들한테 과연 어떤 영향을 끼친 존재인지 한 번쯤 생각이나 해 봤을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넓고 큰 그림을 그리기엔
에디슨처럼 머리가 안 돌아간다.
에디슨이 1%의 영감을 가지고 선택한 것에 몰두해서
오늘날 우리가 문명의 혜택을 누리는 것과
서로 의지하고 있는 형상의 한자 '사람 인' 을 떠올리며
가족이라는 범주를 선택해 내가 가진 장점을 서슴없이 주리라 생각하는 그 선택의 시작은 같다.
가족에서부터 출발해 그들에게 끼치는 내 영향력을 자체평가해 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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