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하기 싫은 일들

공효진* 2017. 2. 1. 21:21

 




춥다

나가면 손바닥만한 동네를 어떻게 돌아야 빨리 집으로 올까 해서

메모를 했다


양약을 많이 먹을수록 안 그런 사람보다 치매가 빨리 온다는데

피부과 약을 한 달 넘게 먹는다

알약 5~6개가 하루 3번이면 18개

필요에 의해서 먹든 어쨌든 한 달이면 540개

아직도 수포성 피부염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이지경을 떠는데

계산을 하면 기가 막힌다


병원으로, 이쪽 저쪽 은행으로, 주민센터로, 세무서로 종종걸음 했다


신경숙님의 단편소설을 공부할 참이다

수필반 반장은 복사기를 다룰 줄 모른다니 내 차지가 돼 문화원에 가야 했고

교수님 말씀대로 여유분 5명을 더 넣어 15장짜리 30명분의 교재를 만들어야 했다 

복사 된 인쇄물을 얼기설기 포개 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거실에 펼쳐 놓고 빈자리를 밟아가며 허리를 숙이고

클립을 다 끼워 30부를 만드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경숙님의 표절의혹, 특히 '풍금이 있던 자리' 는 더 한데

공부하기엔 적합한 글이라 선택했다는 교수님의 말에도 강의실은 짧게 웅성댔다


표절 아닌 건 또 뭐야

너와 나... 다 표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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