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다
나가면 손바닥만한 동네를 어떻게 돌아야 빨리 집으로 올까 해서
메모를 했다
양약을 많이 먹을수록 안 그런 사람보다 치매가 빨리 온다는데
피부과 약을 한 달 넘게 먹는다
알약 5~6개가 하루 3번이면 18개
필요에 의해서 먹든 어쨌든 한 달이면 540개
아직도 수포성 피부염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이지경을 떠는데
계산을 하면 기가 막힌다
병원으로, 이쪽 저쪽 은행으로, 주민센터로, 세무서로 종종걸음 했다
신경숙님의 단편소설을 공부할 참이다
수필반 반장은 복사기를 다룰 줄 모른다니 내 차지가 돼 문화원에 가야 했고
교수님 말씀대로 여유분 5명을 더 넣어 15장짜리 30명분의 교재를 만들어야 했다
복사 된 인쇄물을 얼기설기 포개 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거실에 펼쳐 놓고 빈자리를 밟아가며 허리를 숙이고
클립을 다 끼워 30부를 만드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신경숙님의 표절의혹, 특히 '풍금이 있던 자리' 는 더 한데
공부하기엔 적합한 글이라 선택했다는 교수님의 말에도 강의실은 짧게 웅성댔다
표절 아닌 건 또 뭐야
너와 나... 다 표절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