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비가 퍼붓기도, 가늘게 내리기도, 적당히 내리기도 했다
좋다
자기만의 시, 공간에 들어가기 더없이 좋은 비내리는 날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겠지만
더욱이 비오는 날
나갈 일이 있으면 그냥 들어오진 않는다
중랑천과 방학천 사잇길이라도 한 번 휙 돌든지
조금 떨어진 우이공원을 간다
우이공원엔 드문드문 사람들이 보인다
우산을 쓰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
학생들이 단체로 재잘대며 다니고
작은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 어린여자 외국인 둘
초록은 비를 맞아 더 진한색을 발한다
비로 씻긴 길은 조심하지 않으면 미끄러질 것처럼 빛난다
화장실이 가고 싶었는데 참았다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우이공원을 천천히 한 바퀴 돌고 나서
주변 맛집 아무데나 들어가 먹고
느리게 있다 집에 가도 그다지 시간을 잡아먹진 않는다
밥은 집에 가서 먹고
여유를 만끽했으니 그만 가자
비가 그치지 않은 공원을 나와 집으로 가는 길은 나무들만 보였다
가로수도 가차없이 공격을 받았고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 무성한 잎새가 달린 나무들이 다 난도질을 당해
때가 탄 아파트 벽이 휑하니 보이게 해 놨다
필요에 의한 전지인지는 몰라도
초란이방정마냥 안 좋아 보인다
왜 난 저런 게 안타깝지
금방 무성해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