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신세를 지는 사람들을 보면 안 아프고 죽는 게 복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잘 생기고 멋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들, 얼굴을 마주하는 건 유쾌하지 않다.
다시 안 보는 게 행복이다.
아버지께서 입원을 하셨다.
건강 염려증으로 건강검진을 받으시려는 것이다.
며칠 전 전화로 손수 예약을 하셨다.
처음이 아니라서 아버지께서는 어떤 검사든 생소한 게 없으시다.
그래서 아버지께선 병원에서도 전혀 불안감은 없으시다.
요점은 쉬 피로하고, 소화가 안되며, 쓰리다는 게 문제다.
큰 폭으로 떨어진 기억력 감퇴, 나이가 들면 기본적 있는 고혈압과 당뇨는 물론 있다.
들여다보며 하시기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는 문진표 작성은
부녀간의 질문과 대답으로 속전속결 끝났다.
내일 아침까지 해야 할 일에 대해
간호사는 모든 사람에게 하는 것처럼 기계적으로 속사포 설명을 했다.
그녀가 나간 후 난 한 번 더 차근차근 아버지께 그것에 대해 설명을 드리고, 아버지께서 식사를 하시기 전에 나왔다.
건강검진을 잘 했어도 어이없게 큰 이상소견이 올 수 있는 게 우리네 몸이다.
잘못된 생각이야 고치면 되지만 안타까운 게 바로 고장난 몸의 경우다.
숨어있다 놀래키는 못된 병들.
관리를 잘 하는데 허무하게 마지막이 되는 인생도 허다하다.
준비 할 여유도 안 주고 말이다.
고생을 많이 하신 아버지.
자식들은 실시간으로 그걸 다 보며 컸다.
뜨거운 나머지 4남매가 긴장감을 놓을 수 없게 만드셨던 아버지만의 자식사랑 법.
그 앞에서 여전히 풀어지지 못 하고 몸에 밴 자식들의 공손함.
지적을 많이 하셨던 아버지 앞에선 말이 없는 게 최선이었다
뻣뻣한 삼베처럼 날이 서 있던 아버지의 사고는 이제 저만치 툭 떨어졌다.
그 속으로 부드럽게 들어가기란 다행스럽게도 옛날처럼 어렵지 않다.
아버지가 무서워 한 없이 미울 때도 있었다..그랬을지라도
더 다가가자.
아버지 가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