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문상.

공효진* 2013. 8. 28. 23:50

 

 

 

 

 

부스스 눈을 비비고 휴대폰을 향해 손을 뻗는다.

무슨 문자기에 새벽 고요를 두드리는지.

깊은 잠에서 깨어 있지 않았다면 짜증이 났을 것이다.

암병동에 입원했던 그녀의 남편 부고장이다.

그녀는 수영장에서 알게 돼 친분이 짧다.

늘 나에게 친절을 베푸는 그녀는 내 이름을 부르고 난 언니라 부른다.

 

나도 그녀도 차가운 인상 이지만 그것이 공통점이라 그런지 금방 친해졌다.

밥을 사고 싶었는데 아픈 그녀의 남편 때문에 먹는 자리를 나란히 하기란 힘들었다.

늘 아쉬웠다.

난 그녀로부터 그녀의 남편이 아프다는 것, 그리고 그녀의 남편에 대한 얘기를 종종 들었다.

간암을 앓던 그녀의 남편은 그것 때문에 일 년 전 직장을 그만두었단다.

조용히 본격적인 암 투병을 하던 그녀의 남편은 항암치료를 하면서 급격히 나빠졌다.

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못 먹고 힘들어도 신경질적인 말 한마디 없었다고 했다.

자신은 먹지 못해도 그녀의 끼니를 더 챙겼다고 했다. 

 

부고를 받자마자 달려 가서 조의를 표했다.

수영복에 수영모를 쓰고 있던 그녀와 조금은 다른 분위기의 그녀를 찾아내고 꼬옥 안았다.

물에 젖은 솜처럼 무거울 줄 알았던 그녀의 모습이 생각보다 담담해 보여서 한시름 놨다.

늘어져 있을 줄 알았던 그녀는 아들과 아들 친구들에게 둘러 싸여서 힘을 받는 듯 보였다.  

그녀의 남편 영정 사진도 보았다.

온화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사진속의 얼굴과 그녀에게 들었던 그녀 남편 성품에 대한 얘기가 이질적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족들에게 나를 소개한 그녀, 고마움을 표시하는 그녀 가족들.

서로 눈을 맞추고, 손을 비비고, 웃음을 나눈 후 돌아섰다.

 

간 사람과 남은 사람들..

그들 사이의 시간과 추억 .. 영원히 남을 것도 있고 잊혀질 것도 있으리라.

이제 남편을 보낸 그녀와 부담 없이 밥 한 끼는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힘들지 않았다.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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