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안도 밖도 한가한 아침 풍경이다.
뿌리는 비 때문인가 보다.
멀리 운무가 퍼져있는 북한산 자락이 선명한 화장을 한 딸보다 더 예쁘다.
이리저리 사진 몇 방 찍고 돌아서려는데 "엄마...나 앞머리 내렸어." 딸의 말이다.
"근데.."
"왜 아는 척 안해줘."
"저 쪽 봐, 끝내준다 사진 찍느라고 정신 팔려서 그랬다."
항상 꼴찌로 나가는, 관심 받고 싶어하는 딸의 말이다.
딸의 모습도 찍는다.
그제야 스냅사진 특유의 신경을 쓰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그리곤 시익 웃으며 "그만 찍어 엄마...갔다 올게."
딸은 그 말을 남기고 마지막으로 신발을 신고 유유히 사라졌다.
신호등에 걸려있는 차들도 사람들도 날씨 탓인지 느릿느릿한 것같은 느낌이다.
맑은 날처럼 태양의 본분이 떨어져 그런가 보다.
운동을 안 하는 날은 이런 날씨처럼 나도 게으르다.
숨쉴 수 있는 아침이 돌아올 때마다의 생각과 마음가짐은 매일 다르다.
오늘의 어울림은 음악과 커피 한 잔.
이런 아침을 채울 수 있는 건 많이 필요없다.
다른 날도 빠지지 않는 것들이지만 오늘 아침의 탈색된 분위기에 더 맞는다.
아무런 이유 없이 투명우산을 쓰고 동네를 한 바퀴 배회하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