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걸으면 보이는 것들.

공효진* 2013. 9. 8. 08:02

 

 

집앞에서 차를 타고 집앞에서 내리는 걸 좋아한다.

오래 걷다 보면 싫증이 난다.

 

같은 사람과 같은 장소에 가도 같지 않다.

계절의 변화는 눈을 사로잡아 금세 푹 빠져들게 만든다.

말라비틀어져 죽은 것처럼 보였던 앙상함 위에 살이 붙고 색이 덧 입혀져 그 풍만함에 가다 서기를 반복한다.

변장을 한 여배우들의 모습이다.

하늘도, 땅도, 냄새도 다르다.

 

긴소매가 뙤약볕에 거추장스럽다.

머릿속이 뜨거워도 풍광에 정신이 팔린다.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날에 감사를. .

 

집으로 걸어 들어가는 길가엔 전에 없었던 것들이 생겼다.

커피전문점이 늘어났다.

가구점이 없어지고 간판은 근사한데 결국 분식집인 푸드마켓이 보였다.

지나치는 사람들에게서 바람을 타고 그들의 체취가 전해졌다.

내 마음을 빼앗아간 블로거가 올려놓은 사진속의 맥문동 꽃이 버젓이 내 눈앞에 서 있었다.

분명 그 꽃이었다.

나와는 상관없는 곳에 피는 꽃인 줄 알았는데 그 블로거를 만난 것처럼 참 반가웠다.

 

차를타고 휙휙 지나가 볼 수 없었던 것들을 걸으며 보았으니

자동차를 이용하는 대신 걷기에 투자한 이십 분은 큰 소득이었다.

한 낯의 땡볕과는 다르게 저녁바람이 몰고오는 정취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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