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혜란이.

공효진* 2013. 12. 5. 12:51

 

 

 

 

 

혜란이네 북카페가 도봉산 근처 창포원 안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간판은 Book & Cafe.

집에선 15분정도의 거리다.

수리에 들어가기 전 걔는 나랑 애경이를 끌고 가 자기네 카페 자리를 보여준적이 있다.

 

창포원은 지난 여름 수필반에서 종강을 하고 땡볕에 걸어걸어 원두막에 자리를 했던 곳이기도 하다.

짤짤거리고 다니질 않아 그런지 그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다.

하긴 혜란이 아들녀석이 "길을 모르는 사람한테는 운전면허를 주지 말아야 한다. "고

읊어댔을 정도로 혜란이도 나도 길치고 잘 돌아다니질 않는다.

나처럼 집을 사랑하는 사람이 또 있다.

쟤..혜란이.

 

혜란이 남동생이 인테리어 업을 하는 사람인데  

창포원안의 카페자리를 200만원 더 써서 입찰을 받은거라나 뭐라나.

카페를 열 개도 넘게 갖고 있었던 어떤 남자가 노렸는데 그 사람보다 더 써서 따냈단다.

거긴 혜란이가 하고 싶어 동생하고 상의해서 차리게 될 카페라고 한다.

요즘 곤지암으로 바리스타 수업을 받으러 다닌다고 피곤에 쩔어있다.

좋아하지도 않는 커피를 빼서 수시로 맛을 봐야 하니 뜬눈으로 밤을 샌다고 돌아버리기 일보직전이라며.

카페 오픈하면 와서 자기가 연습삼아 내린 커피 마시러 오라고..

 

'얘좀봐..안 그래도 야행성인데 그나마 쪽잠자는 거 아예 밤을 밝히라고? 

아서라..'  하고 싶었지만 혜란이 기를 죽이고 싶지 않아 "당연하지.." 했다.

 

수영장에서 첫대면을 그지같이 했던 그녀 혜란이다.

자기자리 라는 게 물론 있는 거 알지만 물속에서 걸어걸어 이쪽에서 저쪽까지 가기 싫어

대충 자리를 잡고 운동에 돌입했는데..

온 지 얼마안되는 나 한테 "여긴 누구누구 자린데 오늘 안 나오셨으니 그냥 하고 담부턴 하던데서 하세요."

"아 네"

짧게 대답을 하고 '에이 귀찮아도 저쪽으로 갈 걸' 생각했다.

 

다 무시하고 나보다 한 살 적은 혜란이와 거리좁히기의 물꼬를 트고 친해졌는데

걘 그 때가 '악몽' 이었다고 말했다.

친해진 계기는 샤워실에서 혜란이의 알몸중 어깨에 눈에 띄는 몽고반점이 보였는데 신기하게도 하트모양이었다.

"어머..하트다.. 일부러 새긴 건 아니죠? " 라는 말로 다가갔다.

의도적이었거나 친해보려고 아부성 발언을 했던 건, 아니었다.

친해진 후 내 얼굴만 보면 그 일이 오버랩됐다는데 한 번도 난 그 일을 상기시키거나 말해본 적이 없었다.

얼마 후 혜란인

"그 때 내가 왜 그랬는 지 몰라 미안했어 근데 나 니가 그 일만 부분 기억상실이었음.. 바랬다."

그랬던 혜란이랑 넘어서 수다친구가 될지 누가 알았어.

 

어느 작가의 말처럼 과거는 한 움큼의 재.. 후우~ 날려 버리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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