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정신몸살.

공효진* 2014. 2. 23. 01:28

 

 

 

지친몸이 자기 멋대로였다.

한 두시간은 족히 잤다.

짐작이 그랬다.

샤워는 해야 했다.

 

물 소리가 욕실안에 가득했어도 욕실 밖에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난다.

꽤나 크게 들린다.

궁금하지만 샤워를 하다 말고 나가 볼만큼 중요하단 생각이 든 건 아니라서

천천히 내 볼 일이 계속이다.

늘 그렇 듯 샤워 후 욕실의 정리정돈까지 모두 마치고

수도꼭지가 잠가질 무렵 밖에서도 조용하다.

 

씽크볼 안, 식탁, 주방 주변이 깨끗하다.

손끝이 매운 딸내미는 내가 곯아떨어져 미쳐 손대지 못한 곳곳을 정리하느라

달그락거린 것이다.

 

엎어놨던 그릇과 접시들도 다 제 자리 찾아서 넣고

다시 손 댈 것 없이 깔끔하게 정리를 했다.

- 아픈데 약 먹고 누워 있지 일 했어?

눈을 보고 한 마디 했다.

 

딸내미 수발하느라 꼭 잡혀

죽 끓여 대령하고, 시간맞춰 약 챙겨주고, 아픈지 괜찮은지 들여다 봐주고, 기분 살펴주고

그런 게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사실 힘들다.

다 큰 딸내미지만 아프다고 이 악물고, 이불 폭 쓰고 퍼져만 있으니 옆에서 신경 안 쓰면 첫째 약이 밀린다.

 

그리고 아픈 사람은 주위의 정성을 느끼지 못하면 서운한 맘이 들기 쉬워

도가 지나쳐도 사실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도 정신이 몸살 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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