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나무들이 가득하다
넓적한 이파리 겹겹이 풍성한 그늘을 만들어
나에게 여름을 덮어줬던 푸르름과 작별하긴 아직 이르다
집 앞 모퉁이를 돌아
조금 멀리 나가자니 뭐가 뭔지 모를 나무들이 빼곡하다
시골 흙을 밟고 산 적이 없어선가
열매를 보고도 무슨 나무인지 들어야만 조금 유심히 볼 뿐
돌아서면 잊는다
앞에서 차가 오면 비켜줘야하는 좁다란 길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으며 오고 가니 더 정겨워지는 나무냄새다
차창밖으로 나무들이 지나치는 걸 보며 서두를 필요는 없다
그들이 날 반기는 만큼 내가 줄 건 미소밖에 없지만
그 마저 마음이 시키는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
말이 없는 한 그루의 나무에서 외로움을 본다
팔이 모자라게 내 품에 다 들어 오지 않는 키가 큰 그는
그래서 나이도 많다는 확신이다
그 옆을 오고 갔던 이들 얼만큼에게 아낌없이 주었을까
독야청청 보란 듯 서 있지만, 아닌 척 흔들림 없지만
외롭고 힘들었으리라
그런 그의 외로움을 반 덜어서
그에게 받은 내 행복 반 하고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