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가 차창밖에 흔적을 보이다 만 오늘은
눈이라도 실컷 퍼 불 기세였다
열정을 담았던 메마른 오색들이 떨어지면서
내 눈물도 같이 떨어진다
날 위로하지도 못 할 거면서 저래도 되나 싶게
눈물이 번져 젖은 도로와 차디찬 나는 달라붙어 있다
툭 새똥처럼 머리위에 떨어지는
그렇게 떨어져 맞아도 하나도 아프지 않은
이젠 다 느끼고 흔하디 흔하게 남아도는
생각보다 길고 포근한 가을과 겨울사이가 떠나고 있다
가을과 겨울사이에 난 아팠다
어지럼증과 두통으로 울렁거림을 참아야 했다
참아야 하는 게 힘겨워 또 눈물을 참아야 했다
난
참는데 익숙하다
그래서 더 조용히 숨죽이는 아이가 되었나 보다
웃는 게 좋다
내 웃음에 다른이들은 속는다
그 너머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내 그림자를 그윽히 바라보며 사랑할 사람은
또 다른 나여야 한다
거울속의 날 사랑하듯
가을과 겨울사이가 걷혀져도
거기 말없이 서 있는 내 그림자를 안아주련다
그런 후
유연한 흐린색의 억새가 추운 겨울을 알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