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

시 / 신경림

공효진* 2015. 5. 3. 11:14

 

 

 

집으로 가는 길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를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미속에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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