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가는 길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석양 비낀 산길을
땅거미 속에 긴 그림자 묻으면서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르고
콧노래 부르는 것도 좋을 게다
지나고 보면 한결같이
빛바랜 수채화 같은 것
거리를 메우고
도시를 넘치던 함성도
물러서지 않으리라
굳게 잡았던 손들도
모두가 살갗에 묻은
가벼운 티끌 같은 것
수백 밤을 눈물로 새운 아픔도
가슴에 피로 새긴 증오도
가볍게 걸어가고 싶다
그것들 모두 땅거미속에 묻으면서
마침내
나 스스로 그 속에 묻히면서
집으로 가는 석양 비낀 산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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