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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궁금하다며 엑스레이실에서 나온 내가 앉자마자
꼬리뼈 촬영 한 사진을 보려고 컴퓨터 마우스를 빠르게 움직인다
목을빼고 어떠냐고 물으며 화면으로 고개를 돌리니
의사가 아닌 내가 봐도 부러진 뼈와 뼈 사이가 아직 붙지 않아 휑한 게 처음과 다름 없다
"물리치료는 이제 안 받아도 되니 기다렸다 4주 후에 와서 한 번 더 찍읍시다"
짧은시간에 큰 걸 기대한 내가 모자란 사람같고 의사의 말이 야속할 건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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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한통을 사면 1/2로 자르고
또 1/2로 자르고
거기서 반 그러니까 1/4쪽을 먼저 먹기 좋게 잘라 통에 담는다
달고 빠알간 속살을 먹고
흰색 중간살을 발라 채썰어 소금에 절여 꼭 짜서 무쳐먹기 일보직전이다
가끔 그렇게 고추장을 넣고 새콤달콤하게 무쳐먹은 적이 있다
씨는 씻어 말려 볶아서 빻아 검은깨처럼 먹으면 좋다고 티비 건강 정보에서 본 고로
해보고 싶은 맘은 크고 만드는 일은 간단해서
더는 없다 싶을 정도의 뜨거운 해가 들어오는 베란다에 씨를 내다 말려놨다
그리고 겉 껍데기도 같이 말려서 버린다
식탁이 그다지 화려하지 않은 우리집은 음식물 쓰레기가 많이 나오진 않지만
수박은 이렇게 먹을 건 잘 찾아 먹고, 버릴 건 최소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