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칠 줄 모르는 용광로 날씨로
여름 뒤에, 좀 덜 더운 여름이 올 차례인지 순서마저 열기로 다 녹을 것 같다
계절도 설 자리를 잃고 죽은듯 숨을 멈추지나 않을런지
머리가 아프다
에어컨과 선풍기를 번갈아 틀면서 두통이 온 것 같다
사람에게 기계는 역시 자연만 못 하다는 걸 실감하면서
더하여 하루가 길다는 것까지 실감하는 요즘이다
운동을 못 나가면서
나에게 일어난 변화라곤 그 거 하나이며 누구에게나 "난 집을 사랑하는 여자" 라고 떠들었는데
아무리 독서량을 늘리고, 느긋하게 집 안에서 유료 영화를 보고, 밑반찬을 만들며
짬짬이 내가 좋아하는 걸 한다 해도
병원에서 오라는 날짜를 손 꼽으려 자꾸 달력만 보게 되고 조금은 무료해지기 시작했다
이 삼복더위에 송글송글 땀 흘리며 다니는 게 싫다는 걸로
집에서 혼자놀기의 권태스러움을 달래고 위로를 삼는다
지금처럼 더웠던 지난 주
지면의 열이 훅 하고 가슴 속으로 파고 들기 전
아침 일찌기
상가 문구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우체국 택배로 작은 상자를 아들에게 보냈다
독립해 살면서 뭐든 필요한 게 없다는 아들 준영이가 속옷이 변변한가... 드는 생각에
얼마 전 인견 소재의 드로즈 속옷을 인터넷 쇼핑으로 구입해
이보다 훨씬 전 구입해 논 반지갑을, 속이 빈 채로 보내기 싫어 5만원을 넣어서 함께 보냈다
잘 쓰겠다는 말 한 줄과 이모티콘이 섞인 메시지를 받았다
착한 준영이
8월 중순 주말
조카의 결혼식에서나 얼굴을 볼 수 있을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