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나와 여름의 방정식

공효진* 2016. 8. 30. 22:58

 





불과 얼마 전, 모두의 지옥같았던 여름 어느 날

더위를 먹었거나 혹은 에어컨 바람 때문에 사단이 난 줄 착각했던

내 몸의 이상증세는 원인이 혈압이었다

토할 것 같은 속을 한 손 으로 누르고

지끈지끈 두통 때문에 땅으로 쏟아질 것만 같은 머리를

다른 한 손으로 감싸고 올라 간 상가 병원 혈압기계 앞에서

200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고 기계가 고장난 줄 알았다


각설하고...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라니.. 당장 그 게 아니라면 급성으로 혈압을 내리는 약과

두통, 울렁증이 가라앉는 약을 준단다

늘 웃으며 서로 농담도 곧 잘 하는 아리따운 여약사가 주인인 약국에서

빠른 동작으로 쪼르르 종이컵에 담긴 물과 함께 약을 갖고 나와 당장 먹으란다

꼴딱 삼키자 복용 방법을 일러주며 걱정이 나보다 더 한가득이다


"글쎄..  며칠 머리가 띵하고 아프더니만 이러네요"


한마디 하고, 식염수를 꼭 사야지 했던 건 다 잊은 채 힘없이 약국을 나와

상가 옆 벤치에 앉았다

앉아 있어 봐야 드럽게 더운 날, 그래도 더위에 마음을 식히고 싶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뭣 때문에 이랬을까 기운없이 생각했다


부러진 꼬리뼈는 운동도 연기하고 6주 가까이

살인적인 무더위를 이기는 것만큼 조신하게 잘 버텼으니

조만간 사진을 찍어 확인하면 되는 거고,

많이 또렷해지신 아버지의 병원살이는 식구들을 한시름 놓게 했고,

큰수술을 받았던 동생의 걱정을 이젠 하지 않아도 됐고, 

뇌경색으로 쓰러지신 시어머님이 병원에 적응을 못하셔

다들 약간의 걱정을 하는 거 말곤

딱하나 희미한 한가닥이라면 젊은 시절부터 부모님의 혈압약 복용이었다


불안했던지 의사는

집으로 올라와 누워있는 내게 혈압이 안 떨어지면 꼭 응급실을 가라며 전화를 했다

약 먹는 동안 혈압은 조금씩 떨어졌지만 잠잠해질 줄 모르는 두통은 정말 괴로웠다

발끝은 걸을 때마다 전기가 올라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고


스르르 눈 감고 '될대로 돼라 죽기밖에 더 하겠냐 ..'  속으로 중얼거렸다


일주일 이상 지나자 혈압은 120대로 떨어졌는데

전부터 찌릿찌릿 기분 나쁘게 아픈 발은 더 심해졌다

집에서 사혈도 해 보고 찜질도 해 봤지만 그대로라 한의원을 갔다

두통을 호소하고 같이 치료를 받았다


사실..난 양방보다 한방을 맹신하는 게 있다

뻑하면 한약을 털어 마시고 그런건 아니지만

한의원에 누워 있으면 마음도 편하고 양약보다 침술에 효과를 많이 봐서다


집에 온 후

눈도 맑아진 거 같고 침 한 번에 걸어다니는 발도 한결 편하다

진즉에 갈 걸


올 여름은 나도 날씨만큼 징그럽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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