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초 북유럽 여행이후 두 달 가까이 몸과 맘의 재정비가 필요했다
집 밖을 나서기가 겁나는 마음이 줄어들 때 쯤 강원도로 향했다
노을이 질 무렵 떠난 서울...
봉평에 갈 참이다
저녁 6시가 좀 못 돼 출발해 8시가 살짝 넘어 도착이다
밥을먹고 다음 날까지 아무 생각없이 쉬기로 한다
머리맡에 가방을 펼쳤다
가방을 꾸렸다고 해 봐야 기내용 트렁크에 높은 베개가 싫어 낮은 베개를 담았고
어깨를 감쌀 수 있는 니트 조직의 긴 직사각형 꽈배기 모양, 담요
여행용 화장품과 선글라스, 속옷, 수건
카드와 약간의 현금 그리고 스마트폰이 다 다
쓰러져 자다 5시 반 경 눈이 떠졌지만, 6시에 일어났다
뜨거운 더치커피를 한 잔 마셨다
안개처럼 자욱한 조짐이 리조트 주변을 에워쌌다
30분정도 걸릴
봉평으로 가기 너무 이른듯 해 나가서 아침 공기를 마시며 산책을 했다
밤새 내린 이슬탓인지 잔디는 촉촉하다
하얀 운동화에 잔디밑의 진흙이 살짝 묻는 것도 기분이 좋다
위 리조트 방 앞엔 풀도 있고 낮은 넷트가 보인다
밤새 놀았는지 바베큐통은 뒤집어져 있고 드문드문 분위기가 어지럽다
너무 멀지 않은 곳까지 갔다 다시 내려 온다
그래.. 투명한 가을 아침이다
도로는 한산하다
햇빛의 반사에 연둣빛보다 좀 더 연하고도 진한색을 만든 메밀꽃밭
메밀꽃은
그 녹색위에 자잘한 흰 구슬이 붙은 것처럼이다
풍성하진 않지만 허리춤 높이에 낮은 들꽃이 펼쳐진 것처럼이다
전혀 화려하지 않은 그저 그런 메조의 목소리를 가진 여자처럼이다
휘어잡아 한 묶음의 꽃다발을 만든데도 힘없는 가녀림처럼이다
돌아선 이별에도 고개만 숙이는 그녀처럼이다
떠나며 일으키는 바람만 남기고 월정사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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