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지내기 위한 장보기가 조금 일렀나 생각했다
며칠 있으면 다 빠져나갈 음식들로 가득 찬 큰 냉장고는
어느새 비좁고 답답했다
게다가 아이들에게 조금씩 싸주면 더 널럴해지겠지만
지금은 냉장고 문을 열면 과소비의 전형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느칸 어디 뭐가 들었는지 정도는 기억한다
이번 설엔
집에 오지말고 각자 지내자고 할 맘이었는데
아이들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나 보다
일찍 독립을 시켜 너무 이른 게 아닌가 했지만 돌아보면
잘 한 일이었다
같이 있을 때는 도대체 뭔지 모를 긴장감을 느낀 적도 있었고
그래도 엄마니까 내가 좀 더 배려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남편을 향한 배려보다 아이들한테 쏟는 배려가
다른 어떤 류의 배려보다 견디기 쉬웠으니까
아이들의 이른 독립이 '날 찾아가는 길'을 빨리 찾은 좋은 점도 있어서
그때 상황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