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너 어딨니.

공효진* 2013. 4. 25. 13:56

 

 

사무라이처럼 매섭게 여기저기 쏘아봐도 없다.

자동차 열쇄..

아침 운동은 망했다.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뿌리며 가족들은 나가버리고.

입고 있던 옷을 우선 벗고, 방방 수색에 나섰다.

마지막 기억은 콘솔 위 였는데..

 

보호색을 먼저 다 치우고 역추적을 향하여.

마지막은 엊그제

나홀로 운동 영화 푸드코트 마트 찍고 턴해서 집으로 왔다.

가지고 다니던 공간에선 영화표 한 장 영수증 나부랭이랑 써먹으려고

갖고있던 무료 주차권이 고작이다.

입고 나갔던 주머니까지 뒤져보고..없다.

 

 어젠

우체국 볼 일 보러 걸어서 다녀왔고.

친구랑 전화 한 통 했고.

커피 한 잔 뽑아먹다가 몽땅 쏟아서 옷에 지도를 심하게 그린고로

들어오다 자켓만 세탁소에 아예 벗어 던져놓고 집에 왔다.

나머진 내일...그러니까 오늘 빨려고 쳐박아 놨었고.

 

심심치 않게 나오는 공통분모, 냉장고를 뒤져봤다.

맛이 갔을지 모를 쓴 웃음을 지으며 열어봤지만 안보였다.

아직 거기 까진 아닌가 보다.

그러나 지금 같아선 누가 비웃을지라도 황당스레 나와 주는 게 훨씬 좋은데.

 

안되겠다.

머릿속 거미줄 신경을 건드리기 위해 커피를 타 마셔보고.

어제 쳐박아 놨던 치마와 스타킹 그리고 더욱 블링블링하길 원해서

속옷까지 다 손빨래다.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못하는 여자지만, 손빨래와 생각이 합체된다고 크게

이상한 일이 생기는건 아니라서.

혹시나 비벼서 척척 널다 보면 뭔가 번뜩일 수도 있겠지.

 

 때빼고 광내봐야 결국 걸레인 자동차 전용 헝겊 쪼가리까지 빨았다.

 

 영양가가 없다..이 노릇을 어찌하오리까.

죄 없는 이승철만 뺑뺑이 돌리고 또 돌리고.

 

 수영장 친구 영숙이가 전활했다.

안보여서 어깨가 많이 아픈가..싶어 걱정 했다고.

옆 레인 수영강습생 부대들이 무언의 시위로 수영하다 싸그리 나갔다며 웃는다.

알고보니 우리가 운동할 때 나오는 음악이 시끄러워서 못하겠다나 어쨌다나.

우리는 걔네들땜에 음악소리도 나오는둥 마는둥 해서 신나지도 않고 짜증나는데.

데모 할 일도 어지간히 없다. 별 것도 아닌 걸.

한 공간을 쓰려면 우린 소리 좀 죽이고 걔넨 조금만 참음 되지 그 50분을 못견디나...

웃겨.

 

 더 슬픈건,

베란다에서 급기야 뻗어버린 벤자민이다.

니 손에서 자유아님 죽을을 달라고 외치며 가버린 거 마냥.

그래 너 어디 두고봐 복수할 거야..를 외치며 가버린 거 마냥..

건조한 이파리만을 남긴 불쌍한 저 꼴.

정말 맹세하건데, 방치하진 않았다 널..나 와의 인연이 여기까지 인 거지.

미안하다.

 

 그건 그렇고.

열쇄야 너 어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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