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은 또 다른 나의 삶이다.
먼지를 호호 불며 이전으로 가봤다.
끝을 다 채운, 그리고 덜 채운 것들 속의 잡다한 색깔들.
펜의 색들이 여러가지인만큼 색색의 변화가 보인다.
요리를 못 해 잘 해보려는 맘에 적어 놓은 자질구레한 레시피가 많다.
더러는 실습을 했던 메뉴들이 보인다.
가족들의 칭찬으로 친구에게 호들갑을 떨며 알려주기도 했다.
얼마나 실천하며 살았나 싶은 명언도 꽤나 있고,
습작해놓은 것들도 보이고,
내가 꿔주고 받았던 돈이 쫙 계산된 페이지가 있고,
맛집 전화번호가 있고, 휴가철 묵을 쾌적한 펜션 전화번호가 있고,
그리고 어떡하면 예뻐지는지에 대한 피부관리법도 있다.
어느길로 오고 갔었는지 글 지도랄까. .그런 게 한 장 보여 쭉 읽어보니 아마도 화개장터 가는길 인 듯하다.
네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남편은 운전하고 옆에서 그냥 적었나보다.
노래 가사도 네 곡이나 있네.
90600원 잔고가 살아있는 소모임 회비 장부도 있다.
뭐가됐든 쓰기를 좋아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