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새벽 모기.

공효진* 2013. 10. 1. 05:56

 

 

 

 

굶주린 모기였는지 '왱왱' 큰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눈을 떠 보니 4시다.

용케도 어둠속에서 내가 내 뺨을 때렸는데 그놈은 즉사한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에프킬라를 뿌리며 잡을 때까지 설치고 다닐 뻔 했는데.

그대로 빠져나와 욕실에서 놈의 시체 수습을 한다.

잠은 더 못 잘 것 같아 소파행이다.

 

이노무 모기는 어제도 얼굴을 괴롭힌 놈이다.

사나흘 전 집안 부분공사를 한답시고 현관문을 활짝 열어논 틈에 들어와 잠복해 있었던 게 틀림없다.

세 마리째 피를 본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더더욱 유난스러웠다.

모기에 관한한 그랬다.

물리면 퉁퉁붓고, 가려워 긁으니 더 붓고, 그것이 안스러워 밤에 활개치는 모기와 쟁탈전도 수 없이 했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모기가 보일라치면, 방문을 닫고 모기를 가둔 다음 모기약을 살포하고 눈을 부릅떴다.

비실비실 나오는 게 포착되면 집중살포다.

 

남편은 모기가 피해가는 건지 잘 안 물린다.

항상 그렇다.

 

물리면 비방도 있다.

혹자는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스카치 테잎을 붙인다, 어른들은 침을 바른다, 전용 물파스를 바른다, 긁지말고 놔둔다,

많지만 바세린이 최고다.

모기물렸을 때 바르면 잠시 후 화기가 빠지면서 붓지도 않고 가렵지 않다.

그래서인지 데었을 때도 바세린 거즈를 붙인다.

청양고추로 요리하느라 손이 화끈거려도 바르고 좀 지나면 해결된다.

어머님은 이런 바세린이 늘 만병 통치약이라고 하신다.

 

모기와의 짧은전쟁으로 깼지만, 모기 덕분에 조용한 새벽은 내 것이다.

 

 

교수님께 별 다른 지적 없이 제목을 수정 받았다...'바세린만 있으면'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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