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지?"
모르는 전화번호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다.
난 그렇지 않다.
사실 보험에 관련된 전화가 태반이라는 걸 알지만,
받자마자 툭 끊을지언정 일단 받는다.
그 다음 이유는
노년의 부모님이 계시다 보니 언제 어디서의 비상사태가 벌어질지 몰라서이기도 하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이름이나, 알아보기 쉬운 단어 대신 낯선 번호가 휴대폰에 아른거린다.
"여보세요~"
"언니, 저 숙이에요."
"어? 너.."
"언니..."
딸이 어릴 때 긴머리를 만져주고 싶어 미용을 배우러 다니면서 알게된 수강생이었다.
같은 동네 사는 다섯이 교제를 했다.
모두 자격증을 보란 듯이 따고 그 쪽 일을 하는 애가 둘이나 있었지만 뿔뿔이 흩어지면서 그만이었다.
나도 그 일을 해보고 싶은 흑심이 있었는데 어깨병이 나면서 내던지고
집에서 딸내미랑 조카새끼들 머리를 손질해주고, 염색해주고 뭐 그런 잡다한 것만 재미삼아 했다.
숙이도 신의 손 경지까지 간 걸로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한단다.
"언니, 낼 시간 있어요?"
"내일?"
"밥 살게요, 나오기 싫으심 제가 쳐들어 가도 되고요"
"전화할게."
"숙아,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니가 전화줘서 좋았어 모르는 번호라 누군가 했다."
"모르는 번호는 안 받던데 언니는 받으시네요 다들 죄짖고 사나봐요."
"그런가? "
"번호가 찍혔어도 안 해주잖아요"
"난 궁금해서 하는데.. 아마 그 사람들은 바쁜게지 난 백수잖니 할 일이 없으니까 다이얼 패드를
꼭꼭 누르고 있는거지"
"다행히 언니도 번호를 오래 쓰고 있어서 목소리를 그나마 듣게 되네요."
"그러게나.. 낼 전화할게 같은 동네니까 보자."
지울사람 지우고
전화번호부를 정리하다 반가운 마음에 전화를 했단다.
거기서 삭제대상이 아니고 통화대상이 됐다는 것에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