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시

시 / 이성복

공효진* 2014. 8. 24. 02:28

 

 

 

그 여름의 끝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 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 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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